생명평화아시아 창립선언문
생명과 평화의 씨를 뿌리고 가꾸는 모든 아시아 사람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지나친 풍요 속에서 내일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대적 궁핍 속에서 배고픔과 질병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늘을 뒤덮은 먼지와 매연은 우리의 숨통을 조이고 있고, 땅과 강은 농약과 쓰레기, 오폐수들로 더럽혀지고 있습니다.
애초에 사람이 필요해서 만들었던 돈이 이제 오히려 임자가 되어 사람과 사회를 지배하며 인류를 끊임없는 탐욕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비인간적인 경쟁체제 속에서 우리는 탐욕의 결과가 어떤 해일로 덮쳐올지 모르는 채 부나방처럼 살아갑니다.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균형이 깨진 생태계는 인류와 뭇 생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한 때입니다. 삶이 돈과 물질에 좌우되는 현실을 극복하고, 수천 년 농경문명의 바탕이었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 나아가 사람과 뭇 생명, 우주 만물간의 관계가 자연의 이치에 따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생명과 평화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며, 시대의 전환이자 새 세상의 열림입니다.
우리가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의 으뜸은 ‘생명’입니다. 생명은 삶이고 살림입니다. 생명에서 생태와 평화의 가치가 나옵니다. 우리는 개인의 삶과 가족의 살림살이, 지역공동체와 나라의 살림살이, 아시아 시민의 살림살이를 돌아보고 생명의 가치를 회복하는 길을 찾고자 합니다.
생명평화아시아는 이런 일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뭇 생명이 존중받으며 살아가는 지구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흐르는 강을 파헤치고 댐과 보를 만들며 산을 파헤쳐 필요 이상의 도로를 닦는 토건 사업, 무한 에너지 소비를 위한 핵발전소 건설과 같은 생명파괴 행위들을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자연보전은 ‘환경보호’라는 구호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생명체, 더 나아가 생명 아닌 모든 존재와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에 두어야 실현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이 어떻게 생태를 파괴하였는지, 생태파괴 행위를 막을 방법은 무엇인지, 생태를 지키는 일에 어떻게 사람들의 힘을 모을지에 대해 조사와 연구를 해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생명의 뿌리에서 나오는 또 하나의 줄기는 평화입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핵발전과 핵무기를 없애고, 강대국과 그 대리인들의 침략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고, 무력 갈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모든 군사동맹의 해체, 나아가 전 세계 군대의 폐지를 지향합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모든 곳에서 영토 점령을 끝내고 모든 겨레의 자결을 보장하는 운동에 함께 할 것입니다. 침략과 전쟁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 행위를 국제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난민들의 인권보호 운동에 함께 할 것입니다. 군비를 줄이고 군사문화를 극복하는 데도 힘쓸 것입니다.
셋째, 우리는 아시아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로운 삶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합니다.
아시아의 평화, 아시아 사람들의 인권과 삶의 질을 높이는 일에 앞장설 것입니다. 빈곤과 질병의 근원을 고민하며 억압과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아시아 민중들의 노력을 지지합니다.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지원하며, 교육과 문화 등의 영역에서 인권 증진에 애쓰는 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하고 그들과 교류하고 연대할 것입니다.
우리는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함께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며 살고자 합니다. 아시아인의 행복과 인권증진을 꾀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우리 함께 생명평화아시아의 길에 어깨 겯고 나아갑시다.
2018. 10. 20.
생명평화아시아 창립총회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